가장 친한 노동자가 흘린 눈물
2020.11.04 18:15
UGN복음방송 복음칼럼: 충현선교교회 민 종기 담임목사
가장 친한 노동자가 흘린 눈물
친구 J를 만난 곳은 교회 주일학교 고등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친근해 졌습니다. 군 제대 후에 복학하여 같은 대학원을 다닐 때는 함께 사회과학을 하면서 더욱 친해졌습니다. J는 사회학을 했고 저는 정치학을 했습니다. 졸업 후 그는 농협중앙회에 합격을 하여 취직이 다 된 상황에서 간염으로 탈락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녹즙을 먹으면서 등산을 한 것이 그의 건강 비결이 되었습니다. 간염도 곧 치료되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정계에 진출한 것이 계기가 되어, 김영삼 정권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유학 중의 제가 비자를 못 받아 한국에 머물던 동안, 그는 무료 할 수도 있는 저를 매주 토요일 북한산에 데리고 다니면서 체력단련을 시켰습니다. 거의 J와 같은 수준으로 건강해지면서 약 16주가 지났을 때, 교회의 친구들과 선배들의 7번째 송별식을 받고 미국으로 왔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니, J는 정치에서 멀어져서 세종문화회관 등의 관공서를 거친 후, 삼성동의 참치전문점을 내고 비즈니스를 했습니다. 한국에 들를 때마다 즐거이 만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얼마 후 사업을 접은 J는 한동안 부지런히 등산을 다녔습니다. 일 년 365일에 300번도 넘게 서울 근교의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작년 건강검진을 위하여 고국에 들렸을 때, J를 만나 오랜 만에 같이 백운대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거의 다 와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기다리던 그가 “민 목사 빨리 와” 소리쳐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목사가 토요일 설교준비도 안하고 백운대 등산 한다’고 욕할까봐 죽어라고 뒤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두부 집에 들러서 같이 점심을 했습니다. J는 천천히 지난 2년 동안 60세가 넘어 잡역을 하며 소일하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18가지의 직업을 가졌노라고 했습니다. 가장 힘들던 김치공장의 일은 하루 이틀 일하고 나서 양팔에 모두 피멍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땅파기, 시멘트, 철근, 벽돌 운반과 배달, 선물 배송과 철근 가공 등 닥치는 대로 일하였으며, 그 가운데서도 점차 적합한 일을 찾았다고 합니다. 대학원을 나온 고급인력이, 정권의 정상부에서 민생을 챙기던 전문가가 일당 잡역부의 역할을 담담히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가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버는 것으로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번 것으로 다시 오랜 만에 십일조를 드리게 된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고 하면서 또 다시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그와 이야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같이 지냈지만, 그가 이보다 더 거룩하게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나이든 시절의 노동을 감사하게 여기며, 젊은 사장을 섬겨 원자력 발전소와 공항의 난간 그리고 심지어 외국에 나가는 철 구조물의 수출물량을 공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은총입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친구 J의 거룩함은 신성한 노동을 감당하는 감사함 속에서 느껴졌습니다. 이번 달에는 60을 넘긴 동생이 회사에서 퇴직을 하면서 중장비 운전을 배운다 합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니 우리도 일합니다.
신앙상담: zanchius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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