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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종기목사 칼럼 (충현선교교회)



정도전 부부가 겪은 가난과 고난

2022.08.08 09:58

UGN 조회 수:8503

UGN복음방송 복음칼럼: 충현선교교회 민 종기 담임목사


정도전 부부가 겪은 가난과 고난 

 

정도전(1342-1398)은 고려에서 벼슬을 하였고, 조선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개국공신입니다. 그는 이성계를 도운 사상가이자 행정가였으나,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에 의하여 죽었습니다. 그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선을 유교의 국가로, 특히 주자학으로 사회 이념을 삼은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고려의 봉건제를 조선의 중앙집권체제로 개편하되, 조선을 절대 왕조가 아닌 사대부의 나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정도전이 어지러운 고려말에 개혁자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1375, 30세 초반에 나주로 유배당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죄수가 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정도전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당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편지를 통하여 남편 정도전에게 다음과 같이 집안의 가난에 대하여 하소연합니다.

 “당신은 평일에 글을 부지런히 읽으시느라 아침에 밥이 끓든 저녁에 죽이 끓든 간섭지 않아... 아이들은 방에 가득해서 춥고 배고프다고 울었습니다. 제가 끼니를 맡아 그때그때 어떻게 꾸려나가면서도 당신이 열심히 공부하시니 뒷날에 입신양명하여 처자들이 우러러 의지하고 가문에 영광을 가져오리라 기대했는데, 끝내는 국법에 저촉되어... 몸은 남쪽 변방에 귀양을 가고... 형제들은 나가 쓰러져 가문이 여지없이 망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현인 군자라는 것이 진실로 이러한 것입니까?

아버지이자 남편인 정도전은 아내의 편지를 받고 이렇게 답장을 보냅니다. “그대의 말이 참으로 온당하오. 나에게 친구가 있어 정이 형제보다 나았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뜬구름같이 흩어지고 그들이 나를 근심하지 않으니 이는 본래 세력으로 맺어지고 은혜로 맺어지지 않은 까닭이오. 부부의 관계는 한번 결혼을 하면 종신토록 바꾸지 않는 것이니, 그대가 나를 책망하는 것은 사랑해서이지 미워서가 아닐 것이오. 또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으니, 이 이치는 허망하지 않으며 다 같이 하늘에서 얻은 것이오. 그대는 집을 근심하고, 나는 나라를 근심하는 것 외에 어찌 다름이 있겠소?

만일 21세기에 이르러 정도전과 같은 답장을 아내에게 보낸다면 지지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날을 맞은 지금 아버지나 남편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현재의 기대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전의 혁명가나 독립운동가의 경우, 아버지는 가족을 돌보기 무척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군인이나 선교사의 경우는 남편, 아버지, 자식의 의무는 종종 으뜸이 아닌 버금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모든 신자의 왕이 되시기 위하여 어머니를 요한 사도에게 맡긴 예수님을 봅니다. 우리의 영원한 신랑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시기 위하여 영문 밖으로 나가신 예수님을 묵상합니다. 우리의 믿음의 주가 되시기 위하여 수치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봅니다. 예수님의 헌신을 생각하면,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과 친구가 되는 것은 그리 평범하고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앙상담: zanchius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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