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코앞에서
2017.08.09 18:29
UGN복음방송 코너스톤교회 이 종용 목사 복음 칼럼
죽음의 코앞에서
낮선 땅에서 시작한 낯선 공부, 모든 면에서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다. 특히 힘든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신학 공부만 시작하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교회도 있었지만 막상 미국으로 떠난 후에는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잔디 깎기, 청소하기, 높은 곳에서 간판 걸기 등 파트타임으로 힘든 아르바이트 하면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때 나성 영락교회로부터 창립 7주년 기념 부흥성회에 간증과 찬양을 해달라는 초청 전화를 받았다. 나성 영락교회라고 하면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대형 교회이다. 그런 교회에서 나에게 찬양 부탁을 한 것이다. 그 넓고 큰 교회에서 수많은 성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찬양을 했다. 그런데 찬양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이 교회에서 사례를 얼마나 줄까?’ 입술로는 분명히 하나님의 성호를 찬양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쉬지 않고 이런 계산이 되었다.
‘이 교회에서 나에게 얼마나 줄까?’ 그때 인간이란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입으로는 얼마든지 찬양을 부를 수 있는 한없이 간사한 존재임을 깨닳았다. 떠나는 전날, 장로님께서 두툼하고 묵직한 봉투를 주신다. 봉투를 속주머니에 넣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는 좌변기 있는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빳빳한 100불짜리들이 있다. 이 돈이 모두 내 돈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든든하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험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한 학기 공부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다음 날 아침 7시 25분, 학교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LA는 지형적으로 비행기가 뜨자마자 바로 태평양 상공이다. 그런데 내가 탄 비행기가 공중에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뿜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비행기 오른쪽 엔진이 폭발했다는 방송이 들린다.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100만분의 1이니까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한다.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머리가 뻥 뚫리더니 휙 천국으로 닿는 듯한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기도가 쏟아졌다.
사실 그전까지 나의 기도는 얼마나 화려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그런 미사여구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 이렇게 기도가 시작되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니까 살아생전 내가 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도 많은 교회에서 간증과 찬양을 했는데 그런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불렀던 수많은 찬양과 간증은 모두 나 자신을 위해서 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온전히 주님을 위해서 한 일은 도무지 없었다. 죽음을 눈 앞에 두자 내 자신이 정확하게 보였다.
“아버지,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까지 살면서 주님을 위해 일한 것이 도무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주님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부모님의 얼굴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어머니는 예수님을 영접하기는 커녕 속옷에 부적까지 달고 다니셨다. 아들은 전도사이고 시어머님은 권사셨지만 우리 어머니는 예수님을 믿지 않으셨다. 증조할머니가 수덕사에 절까지 바치신 분이라고 하는데 그런 증조할머니의 뜻을 받들겠다고 하시면서 예수님을 믿지 않으셨다. 아버지도 대학교 다닐때까지는 주일학교 교사를 맏아서 봉사할 정도로 신앙생활 하셨는데 군대생활을 하시면서 교회와 멀어지게 된 후부터는 냉랭한 신앙인이 된지 오래셨다. 이런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자 두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지금까지 불효했던 것이 너무나도 후회가 되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계명 가운데 첫 번째 계명인 제 5계명이 무엇인가?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 계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나님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 하지 말라는 계명보다 앞에 두셨다.
이러한 사실이 새롭게 깨달아지면서 부모님을 향한 간절함으로 마음이 타들어갔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버지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부모님을 전도해서 예수님을 믿도록 하는것이 자녀로써 마땅한 도리이고 가장 큰 효도인데 지금까지 그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다. 비행기 안은 여전히 아비규환이었다. 태평양 상공에 떠있는 비행기 밑에서는 여전히 하얀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바다는 참으로 평화롭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다. 가스를 다 빼낸 비행기는 극적으로 비상착륙에 성공했으며 비행기 안에 있던 승객들은 하나가 되어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비행기 안에서 살아서 나오는 나른 보신 뉴저지 영락교회 목사님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아직 안 떠났나요?” “엔진 폭발한 저 비행기에 제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이종용 전도사를 쓰시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살려주셨구나.” 깜짝 놀랐다. ‘나를 살리시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살려주셨다고?’
그때에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은 너무나도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제일 싫은 것이 비행기 타는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사실 옛날에는 비행기를 믿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지라도 기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엔진 폭발사건을 경험해보니까 비행기는 아무런 힘도 없는 무쇠덩어리에 불과했다.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셨다. 이제는 비행기 대신에 하나님을 믿는다. 그래서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맨 먼저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비행기를 탄다. 이렇게 타고 가다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서 주님 일을 하면 된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하면서 비행기에 오른다.
죽음을 넘나든 비행기 엔진 폭발 사건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 일을 통하여 바로 지금, 이 시간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이 구원의 시간이다. 지금 내 삶이 천국이 아니라면 장차 천국도 없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주님 안에서 교제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미래에 주님과의 교제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건을 통하여 아주 조금이지만 진실된 사람으로 바뀌었다.
현재 아버님은 지구촌 교회 안수집사 중에서 70세 이상 되신 분에게 주시는 호칭 장로로 피택되어 봉사하시고 어머님은 권사로서 직분을 잘 감당하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나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응답해 주신 것이다.
신앙상담: 310-530-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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