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 미국에서 노동법 리스크를 줄이려면
2025.09.14 18:30
UGN복음방송 노동법 칼럼-이원기법률사무소 이원기 대표 변호사
한국 기업, 미국에서 노동법 리스크를 줄이려면
이원기 변호사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주, 워싱톤DC 등록 변호사)

한국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원청과 하청을 가리지 않고 모두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공동고용(joint employment)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순간, 원청 역시 고용주로 간주되어 연대책임을 지게 됩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거나 하청 구조를 활용해 사업을 운영할 경우,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 시 노동법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고용 및 이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미국은 모든 근로자에 대해 채용 시점에 신원과 취업 자격을 확인하고 이를 기록·보관하도록 하는 I-9 제도를 운영합니다. 한 장의 서류 누락이나 기한 미준수만으로도 벌금과 단속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장 비자(B-1)를 받은 본사 엔지니어가 현장에 들어가 직접 작업을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는데, 이는 불법 취업으로 간주되어 단속 1순위가 됩니다. 따라서 실제 업무 성격에 맞는 비자(E-2, L-1, H-1B 등)를 적절히 발급받아야 합니다.
하청 및 인력공급사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 법원은 “누가 급여를 주느냐”보다 “누가 배치·지시·통제를 했느냐”를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합니다. 따라서 하청업체가 규정을 위반하면 원청까지 위험에 노출됩니다. 계약 전 반드시 하청업체의 준법 정책과 과거 위반 이력을 점검하고, 계약서에는 준법 보증, 자료 제공 및 감사권, 위반 시 해지 및 손해배상, 하위 하청에 동일한 의무를 전가하는 조항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 출입증 발급 요건으로 I-9 검증과 안전교육 이수를 필수화해야 합니다.
임금과 노동시간, 휴게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미국은 연방 법률(FLSA)뿐 아니라 주마다 상이한 노동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연장근로, 식사·휴게 시간, 임금명세서 요건을 모두 현지 기준에 맞춰 반영해야 하며, 특히 공공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데이비스-베이컨법에 따른 ‘현지 통상임금’ 규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 규정에 대한 대응도 중요합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다중·공동 고용주 정책을 적용하여, 위험을 창출하거나 시정할 권한이 있는 모든 주체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즉 원청은 “하청 몫이었다”고 주장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문서화하고, 교육·점검·시정 절차를 운영하면서 계약서와 실제 운영이 일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내부 통제와 단속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I-9, 임금, 안전, 하청 계약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자체 감사하고, 만약 단속팀이 현장에 들어오면 영장 확인 절차, 인터뷰 동행자 지정, 자료 보존, 언론·영사관 연락 체계 등 대응 매뉴얼을 사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다국어 익명 제보 채널을 두어 내부 문제를 조기에 포착하고 자체 시정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경영진 리더십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경영진, 현장소장, HR, 안전, 법무 부서가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위기 상황에서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지 책임 매트릭스를 설정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속이나 소송은 단순히 현장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 전체의 명성과 생존에 직결되므로, 최고 경영진이 직접 리스크를 인식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의 노란봉투법과 미국의 공동고용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는 동일합니다. “노동자를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자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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