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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종기목사 칼럼 (충현선교교회)



예수님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삶

2024.03.11 14:57

UGN 조회 수:953

UGN복음방송 복음칼럼: 충현선교교회 민 종기 담임목사


예수님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삶



저는 많은 가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끌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 가방으로부터 시작하여 작은 여행 가방, 가죽으로 만들어진 날렵한 심방 가방, 교회에서 만든 검은 나일론으로 된 어깨끈이 달린 튼튼한 가방, 그리고 등산용을 겸한 여행용 배낭 그리고 헝겊으로 된 시장용 가방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 특징이 있어서 이것, 저것을 취향대로 사용합니다.

   최근에 들어 자주 사용하는 가방은 미색 헝겊의 시장 가방입니다. 시내의 한 서점에 갔더니 판촉물로 주었습니다. 책방의 로고가 부착되었으나 요란하지 않아서 가볍게 들고 다닙니다. 성경책과 컴퓨터와 다른 책 1, 2권을 충분하게 넣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헝겊으로 된 시장 보따리는 너무 편합니다. 쉽게 물건을 집어넣거나 뺄 수 있고 아가리가 커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잠그는 장치도 없어서 넣고 빼는데 시간이 절약됩니다. 무게도 거의 없어 부담도 안갑니다.

   이 책가방, 아니 책보자기라고 해도 좋을 이 녀석이 점점 정이 들어갑니다. 커피잔을 넣었다가 쏟아진 자국, 먼지와 쓰레기에 더렵혀진 오점, 어디에 부딪혔는지 알 수 없는 외부의 수많은 흠, 아직 한 번도 빨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얼룩, 차 안에 발판에 던져두면서 생겨난 흔적이 회색 손때와 같이 있습니다.

   엊그제 아침 교회의 사무실에 와서 이 가방에서 성경과 컴퓨터와 읽던 책 하나를 빼니, 이것이 바닥에 가라앉아 납작하게 된 헝겊 보자기처럼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들었지만, 제법 뻣뻣한 가죽가방이나 플라스틱 여행 가방과는 달리, 폭삭 주저앉아 땅에 붙은 이 가방을 보고 도전적인 감동이 다가왔습니다. “너는 나밖에 없느냐?” “내가 떠나면 너는 이 보자기처럼 폭삭 주저앉겠느냐?” “아니면 나 없이도 무엇이 많이 남아있겠느냐?”

   이 감동이 제법 심각하게 들렸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예수님, 주님이 없으면 저는 이 헝겊 가방처럼 완전히 무너지고 싶어요!” “주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고 싶어요!” 그러면서 이것, 저것 혹시 비싼 여행 가방이나 가죽가방처럼 어떠한 형태가 남을까 자투리 시간에 잠시 잠깐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결국,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받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생명, 직분, 학위, 가족, 재능, 사명, 하다못해 이 자루 가방마저도 내게 주어져 내가 사용하는 것뿐,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약간의 묵상을 통하여 수월하게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 주님! 받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군요.” “놓지 않고 영원히 가지지 않을 것이 한 개도 없군요.” “주님께서 살려주신다면, 제가 오직 의의 세마포 옷으로 저의 부끄러운 자신을 가리고 주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저의 저 됨은 오로지 은혜입니다.” “저는 주님이 없으면 형체를 잃은 자루처럼 가라앉고 말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보릿자루가 쌀자루가 아니라, 주님의 복음을 담은 보물 자루, 주의 은총의 선물을 담은 보석 자루가 되기를 원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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