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와 니글의 잎새
2024.10.07 00:13
UGN복음방송 복음칼럼: 충현선교교회 민 종기 원로목사
마지막 잎새와 니글의 잎새
오 헨리의 단편소설 중에 “마지막 잎새”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 원로화가가 걸작을 그리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은 쉽게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여류화가 존시는 폐렴으로 투병하며, 담장의 담쟁이 넝쿨의 잎새가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바람이 무섭게 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을 맞이한 존시는 놀랍게도 담벼락에는 마지막 잎새 하나가 달려 있는 것을 봅니다.
존시는 마지막 잎새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동을 받아, 마침내 병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치유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래층에 살던 원로화가 베어먼은 존시를 위하여 폭풍우가 부는 그 밤에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혼신을 다해 그렸습니다. 그는 그 작품을 그린 후 얻은 폐렴으로 곧 죽게 되었고, 그의 마지막 걸작은 사람의 생명을 살려낸 작품이 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톨킨이 그 작품을 쓸 때, 모든 가지가 잘린 것처럼 상상력이 고갈되고 창작을 위한 열정이 소진되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는 작품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에 낙심이 되고 절망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그가 정신적인 에너지와 창의력의 바닥에서 몸부림칠 때, 어느 아침 작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니글의 잎새”라는 제목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니글”(niggle)이란 ‘하찮은 일에 신경을 써 소진한다’는 의미인데, 자신에 모습을 한 화가에 빗대어 이야기를 적은 후 “더블린 리뷰”에 기고하였습니다.
니글에게는 대작을 그리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무보다 잎새에 신경을 많이 써서 작업의 진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쉴 새 없이 자주 붓을 놓고 자질구레한 일을 감당하였습니다. 그는 독감 중에도 그 걸작품을 향한 꿈을 잊을 수 없어 바둥거리다가 죽음의 사자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도 그의 미완의 작품을 귀한 것으로 여겨주지 아니하였습니다. 해진 큰 캔버스 위에 찬란한 잎새 한 개만 아름답게 드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죽은 화가 니글이 하늘나라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때, 그는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나무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그리려 마음 먹었던 바로 그 형상이었습니다. 커다란 나무, 수 많은 잎새들, 그리고 길게 자란 나뭇가지가 바람결에 흔들렸습니다. 니글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팔을 들어 활짝 양손을 펼쳐 올렸습니다. “이것은 선물이야!” 자신은 마음속의 걸작을 다 그리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하늘나라에 완성된 실재를 준비하시고 니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위안을 얻은 톨킨은 글쓰기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빛나는 소설, “반지의 제왕”을 완성합니다. 너무 크다 싶은 비전을 이루도록 돕고 미래의 승리와 완성을 선물로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성취를 위하여 노력하는 우리도 이 시대의 니글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꿈과 일과 추구를 존귀하게 여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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